상명대박물관 유물과 만나다 (99) 문방사우
- 작성자 박진희
- 작성일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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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
문방사우(文房四友)는 선비가 문방이나 서재에서 늘 다루는 도구인 종이와 붓, 먹과 벼루를 일컫는다. 종이와 붓, 먹과 벼루를 문방사우로 여기게 된 것은 중국 당나라 때 한유(韓愈)가 지은 《모영전(毛穎傳)》에서 이들을 의인화하여 소개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방구에 대한 관심은 고전문화의 감상과 문학적 성취가 두드러졌던 송나라 때에 높아졌으며, 문방구 애호 취미는 문인 취향과 결부되어 명·청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 ‘文房四寶’의 기록이 나타나는 등 문방구에 대한 애호 풍조가 고려 중기 이후에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문인 사대부를 중심으로 문방 문화의 확산과 함께 문방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았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글씨와 그림을 아끼는 풍조와 더불어 골동품과 문방명품을 애호하는 취미가 퍼졌다.
문방구 애호는 관련된 중국 서적의 감상과 문인들의 활발한 감평활동으로 더 심화되었으며, 문방품 감식안이 교양의 척도로 여겨졌다.
종이(紙)
우리나라에 종이와 제지법이 전해진 시기는 『일본서기』에 610년 담징이 종이를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7세기 보다 이른 시기로 추측할 수 있다. 종이의 발달은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고려시대 대규모 불경 간행 사업과 서적의 보급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각 지방마다 지전(紙田)을 두고 종이의 생산을 국가적으로 독려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서적의 보급과 다양한 간행사업으로 종이 수요가 더욱 증가하였다.
종이는 제작 원료에 따라 물이끼와 닥나무를 섞어 만드는 태지(苔紙), 닥나무로 만든 저와지(楮渦紙), 뽕나무로 만든 상지(桑紙), 버드나무 잎으로 만든 유엽지(柳葉紙), 용도에 따라 창호지, 도배지, 화선지, 순지, 배접지, 그리고 두께에 따라 홑지, 이합지, 삼합지, 육합지 등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붓(筆)
붓은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거나 안료를 묻혀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서화(書畵)의 필수품이다. 붓의 종류는 붓촉에 쓰인 털이나 붓대에 쓰인 재료, 붓털의 강약, 붓의 크기나 용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붓털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양털(양호·羊毫)과 족제비털이며, 이 외에도 말(마모·馬毛), 소(우호·牛毫), 토끼(자호·紫毫), 개(구모·狗毛)등 각양각색의 짐승털이 붓의 용도와 특성에 따라 활용되었다.
붓대는 속이 비고 줄기가 강한 대나무가 애용되었다. 대나무 붓대는 마디를 매끈하게 깎거나 촘촘한 마디를 장식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드물게 겉이 검은 오죽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대나무 외에도 단목(檀木)이나 상아, 바다거북의 껍질, 무소의 뿔, 수정, 옥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으며, 단단한 동물의 뼈를 깎아 만들거나 칠보, 도자로도 만들어졌다.
먹(墨)
먹을 뜻하는 한자인 '묵(墨)'자는 '검을 흑(黑)'과 '흙 토(土)'를 합한 글자로, 고대 중국에서는 천연의 석묵(石墨)에 옻을 섞어서 사용했었고, 한나라 이후부터 소나무나 기타 식물의 기름을 연소시켜 생긴 그을음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개량·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은 그을음을 얻는 원료 물질에 따라 소나무를 직접 태워 생성된 그을음으로 만드는 송연묵(松煙墨), 식물성 기름을 태워 생성된 그을음으로 제조된 유연묵(油煙墨)으로 대별되는데, 송연묵은 주로 글 쓰는 데 사용하였고 유연묵은 그림용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먹의 색은 주로 검은색이지만, 용도에 따라 붉은 먹이나 여러 색깔을 내는 먹도 있고, 형태도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원형, 다각형 등 다양하다. 각 면에 먹의 이름이나 제작처, 명문을 써넣거나 그림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있고, 겉면에여러 가지 채색을 더하여 화려하게 꾸밈으로써 소장품으로서 가치를 더했다고 한다.
벼루(硯)
벼루는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도구이다. 벼루는 돌, 나무, 옥, 금속, 도자기 등의 갖가지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대개는 돌로 만들어진다. 중국에서는 단계(端溪)와 흡주(歙州)에서 나오는 벼룻돌이 가장 유명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단계석과 흡주석으로 만들어진 벼루를 귀하게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충청도 남포(藍浦)의 돌로 만든 벼루가 유명하며, 충청도 단양(丹陽), 평안도 위원(渭源), 강원도 정선(旌善), 경상도 안동(安洞) 등에서도 생산되었다. 벼룻돌은 생산지의 지명으로 부르거나 돌의 색으로 오석(烏石), 청석(靑石), 자석(紫石), 녹석(綠石)으로 부르기도 하며, 돌의 특징적인 무늬를 들어 화초석(花草石), 화반석(花斑石)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